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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데도, 누른다
삥이학개론 · AI 생성 삽화 · 창작 삽화

B12 · 02 · 신경과학심층 고찰

식욕과 자기통제: 알면서도 먹는 마음과 끝없이 도전하는 마음

식욕·보상·습관 실험에서 출발해 끈기와 강박을 비교한다. 불리한 전망을 알고도 행동하는 두 마음은 어디까지 같은가.

주 과목 신경과학관련 과목 생리학
이 글에서 다루는 범위
  • 가치 평가·도파민
  • 식욕 호르몬·식사 환경
  • 습관·재현 연구
  • 지속·강박·판단
심층 서술형 고찰 · 15개 절 · 참고자료 33건자료와 검토 범위
01 / 두 손가락

식욕과 도전, 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가

두 개의 손가락

아껴야 하는데 주문하는 손, 또 떨어질 수 있는데 제출하는 손. 도입의 두 장면을 그린 AI 생성 삽화.

화면에 결제 버튼이 있다. 이번 달에는 아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남았다는 사실도, 조금 전까지 더 먹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메뉴를 고르고 주소를 확인한 손가락이 마지막 버튼을 누른다. 그 순간 갑자기 돈이 생긴 것은 아니다. 주문이 끝난 다음에도 조금 전의 판단을 말할 수 있다. 안 먹는 편이 나았을 텐데. 주문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텐데.

다른 화면에는 제출 버튼이 있다. 이번에도 떨어질 수 있다. 이미 여러 번 거절당했고, 들인 시간에 비해 돌아온 것이 적다. 주변에서는 이제 다른 길을 찾는 편이 낫겠다고 말한다. 본인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문장을 고치고 파일을 첨부한 손가락이 마지막 버튼을 누른다. 내일은 결과가 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어쩌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더라도 아직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앞의 행동을 절제의 실패라고, 뒤의 행동을 끈기라고 부르기 쉽다. 그 이름이 언제나 틀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름을 붙이기 전에 두 장면에 공통으로 남는 문제가 있다. 좋지 않은 결과를 예상하는 사람이, 그 예상과 함께 행동한다는 것이다. 경고를 못 들은 것도 아니고, 숫자를 읽을 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 손가락을 멈추게 하는 충분조건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두 사람을 움직인 것은 같은 힘일까. 둘 다 보상을 좇는다고 말하면 공통점을 찾은 것 같지만, 보상이라는 말 안에 맛과 허기 해소, 합격과 자존심, 잠깐의 위안과 오랜 작업의 의미를 모두 넣는 순간 설명은 넓어지는 만큼 흐려진다. 무엇이든 보상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와야 그 설명이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이 글은 그 의문에서 출발한다. 식욕을 이기는 법이나 성공하는 마음가짐을 정리하려는 글은 아니다. 먹기와 도전이 얼마나 닮았는지 판단하려면 먼저 무엇을 비교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같은 손가락의 움직임 안에서도 결정을 내리는 일과 익숙한 동작을 실행하는 일은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 ‘안 된다’는 말이, 두 장면에서 같은 뜻인지부터 분명하지 않다.

먼저 비교 조건을 맞추고, 그다음 실제 실험이 무엇을 가려냈는지 보려 한다. 마지막에는 그 증거를 가지고 두 손가락으로 돌아온다. 움직임이 닮았다는 관찰에서 기전이 같다는 결론으로 건너가는 데 어떤 다리가 필요한지, 그 다리가 어디까지 놓여 있는지가 이 글의 대상이다.

‘안 된다’ 안에 들어 있는 서로 다른 판단

‘이 일은 안 될 것이다’는 결과에 대한 예측이다. ‘이 일은 하면 안 된다’는 행동에 대한 평가다. ‘이 일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는 능력이나 조건에 대한 판단이다. 말로는 비슷하지만 셋은 서로를 대신하지 못한다. 합격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지원하는 것은, 그 지원이 자기에게 나쁜 선택이라고 판단하면서 지원하는 것과 다르다. 성공 가능성이 낮아도 준비 과정에서 얻는 것이 크거나, 한번 시도하는 비용이 작을 수 있다.

먹는 장면에도 같은 구분이 필요하다. 배달 음식의 가격을 아는 것과 이번 주문이 생활비를 얼마나 압박할지 아는 것은 다르다. 장기적으로 특정한 식사 패턴이 건강에 불리할 수 있다는 지식과 오늘 한 끼를 더 먹은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도 다르다. ‘알면서 먹는다’는 문장에서 우리가 확인한 앎은 어느 것일까. 음식의 열량인가, 자신의 허기인가, 미래의 질병 확률인가, 아니면 먹고 난 뒤 후회할 것이라는 예상인가.

이 차이를 짚는다고 처음의 경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실제로 “지금의 내 기준으로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면서 행동할 수 있다. 다만 행동했다는 결과만 보고 그런 판단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나중의 후회만 보고, 행동 직전에도 동일한 판단을 동일한 강도로 유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판단이 바뀌었는지, 유지됐지만 행동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는지는 따로 살펴야 한다.

여기에는 관찰의 어려움이 있다. 뇌를 찍는다고 확신의 문장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확신했는가”라고 묻는다고 그 순간의 작동 방식이 전부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연구에서는 진술한 믿음, 선택, 반응 시간(reaction time), 신경 신호(neural signal) 등을 나눠 측정한다. 어느 하나를 사람 전체의 진실로 삼으면 다른 측정과 어긋나는 자리를 놓친다. 뇌영상에서 특정 영역이 활동했다는 사실로 곧바로 특정 심리 상태를 확정하는 역추론(reverse inference)의 문제도 여기에 해당한다.[31]

따라서 여기서 비교하려는 대상은 실패할 확률 자체가 아니다. 불리한 정보를 가진 사람이 그것을 다음 행동에 어떻게 반영하는가다. 확률을 몰라서 하는 행동, 확률을 알지만 다른 편익 때문에 하는 행동, 자신도 원치 않는 방식으로 반복하는 행동을 나눠야 한다. 이 구분 없이 모두를 ‘알면서도 한다’고 묶으면, 설명해야 할 차이를 출발점에서 지워 버린다.

READING THE EVIDENCE같은 “안 된다” 안의 세 가지 질문
  1. 전망을 아는가“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결과에 관한 믿음.
  2. 중단이 낫다고 판단하는가“지금의 내 기준으로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선택에 관한 평가.
  3. 바꾸려 할 때 바꿀 수 있는가“멈추고 싶은데 반복한다.” 실행 조절에 관한 질문.

이 글의 개념 구분. 세 단계의 뇌 회로나 검증된 진단척도를 나타내지 않는다.

같은 1%를 놓았다고 같은 선택이 되지는 않는다

처음의 질문에는 강한 대칭이 있었다. 한 사람은 희박한 성공을 위해 계속 도전하고, 다른 사람은 희박한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며 계속 먹는다. 하지만 성공은 보통 도전에서 얻으려는 결과이고, 죽음은 먹는 사람이 얻으려는 결과가 아니다. 음식에서 얻는 맛이나 허기 해소와 장기 위험이 함께 있는 선택을, 도전의 성공 확률 하나와 비교하면 서로 다른 항목을 마주 놓게 된다.

대칭을 맞추려면 도전에도 현재의 편익과 실패 비용, 건강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들어가야 하고, 식사에도 현재의 편익과 미래의 여러 결과가 들어가야 한다. 드문 좋은 결과를 좇는 선택과 드문 나쁜 결과를 감수하는 선택은 수학적으로도 자동으로 같지 않다. 무엇을 얻거나 잃는지, 언제 일어나는지, 다시 선택할 기회가 있는지가 필요하다. 단지 양쪽에 같은 숫자를 쓴다고 비교 조건이 맞아지지는 않는다.

더구나 한 번의 식사에 보편적인 사망 확률 1%가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장기간의 식사 패턴과 위험에 관한 자료를 매 주문마다 독립적으로 추첨되는 사망 사건처럼 읽을 수는 없다. 도전 역시 연습과 상황 변화가 다음 시도의 가능성을 바꿀 수 있다. 일정한 확률의 독립 시행을 반복한다는 수학적 가정부터 실제 행동에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의 1%는 통계치가 아니라 불리한 전망에도 움직이는 사람을 묘사한 비유다.

그럼에도 확률을 아는 방식의 차이는 연구할 수 있다. 헤르트비히(Ralph Hertwig; 위험 선택 연구의 저자) 등의 2004년 실험은 확률과 결과를 설명으로 받은 선택과 직접 결과를 표집해 경험한 선택을 비교했다. 드문 사건은 작은 경험 표본에서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었고, 두 방식의 선택은 달랐다. 사람에게 숫자로 주어진 정보와 사람이 실제로 겪은 기록을 같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자료다.[26]

이를 건강 위험에 그대로 적용해 ‘아직 아프지 않았으니 계속 먹는다’고 특정인의 이유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무엇을 아는지 묻는 질문에 새로운 축이 생긴다. 의학적 설명으로 들은 위험과 어제도 별일 없이 지나갔다는 경험이 함께 있을 때, 그 둘은 어떻게 선택에 반영되는가. 도전에서도 집단의 낮은 합격률과 자신이 어제 느낀 작은 향상이 함께 있을 수 있다. 같은 확률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람이 다루는 정보의 출처가 다를 수 있다.

두 행동이 같다는 것을 실제로 검토하려면

두 행동에 같은 이름을 붙이는 일과 같은 설명을 적용하는 일은 다르다. 먹고 제출했다는 결과를 본 뒤 “둘 다 동기가 강했다”고 쓰면, 행동의 원인을 찾는 대신 행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다시 말하게 된다. 설명이 일을 하려면 아직 보지 않은 다음 행동에 관해 서로 다른 예측을 내놓아야 한다.

첫 번째 설명은 그 순간 선택에 반영된 가치가 달랐다는 것이다. 장기 위험을 알고 있어도 당장의 맛, 편의, 활동의 의미가 더 크게 반영될 수 있다. 버크먼(Elliot T. Berkman; 가치 기반 자기통제 모형의 공동 저자) 등의 가치 기반 선택 모형(value-based choice model)은 자기통제(self-control)를 별도의 힘이 욕망을 누르는 사건으로만 보지 않고, 여러 속성의 가치가 시간과 주의에 따라 통합되는 선택으로 설명한다. 이는 해석의 틀이며, 말로 보고한 최선의 판단과 실제 선택을 언제나 같다고 선언하는 규칙은 아니다.[32]

두 번째 설명은 현재의 결과를 다시 따져 선택하는 방식과 과거에 배운 반응을 사용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도·니브·다얀(Nathaniel D. Daw, Yael Niv, Peter Dayan; 행동 제어 계산모형의 공동 저자)의 계산모형(computational model)은 예상 결과를 그때그때 검토하는 방식과 저장된 가치를 이용하는 방식의 유연성·계산 비용을 대비한다. 이 설명에서는 결과의 가치만 바꿨을 때 행동이 곧바로 조정되는지가 중요해진다. 단순히 음식은 습관, 도전은 숙고라고 나누는 모형은 아니다.[33]

READING THE EVIDENCE같은 행동을 설명하는 서로 다른 가설
설명조건을 바꾸면 무엇을 예상하나확인하지 않고 넘길 수 없는 것
가치 통합결과·노력·주의의 변화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선택 이전의 평가와 속성별 비중
결과 재평가에 둔감한 반응결과 가치가 낮아져도 학습한 반응이 남을 수 있다.가치 감소와 과제 이해가 실제로 확인됐는가
조절의 손상중단 의도가 있어도 반복과 손실이 지속될 수 있다.반복 횟수 외에 중단 의도·기능 손상

첫 두 설명은 가치 기반 선택 모형 [32]학습·행동 제어 모형 [33]에서 출발한 비교다. 서로 완전히 배타적인 모형이나 진단표가 아니다.

두 설명은 모든 부분에서 배타적이지 않다. 익숙한 반응도 가치 평가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한쪽이 전부 옳다는 판결보다, 특정 조건에서 무엇을 더 설명하는지 비교해야 한다. 가치 평가 모형을 아무 결과에나 맞출 수 있게 만들면 반증할 수 없고, 조정되지 않은 행동을 모두 습관으로 부르면 그것도 결과의 재명명에 머문다.

여기에 세 번째 문제가 있다. 계속하고 싶어서 하는 것과 그만두고 싶은데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같은 진술이 아니다. 반복 횟수만으로는 구별되지 않는다. 중단 의도(intention), 다른 행동으로 바꾸는 능력, 손실과 일상 기능을 따로 보아야 한다. 이 구별은 뒤에서 열정과 강박적 운동(compulsive exercise) 자료를 읽을 때 다시 필요하다.

따라서 이 글의 검토 순서는 앎과 판단을 분리하고, 보상 평가와 학습의 측정법을 확인하고, 몸과 환경을 바꾼 연구를 거쳐, 지속의 의미를 다시 묻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 먹기와 장기 도전을 수행하는 모든 조건을 맞춘 직접 비교 실험은 여기서 확보하지 못했다. 다른 실험들을 연결하는 대목은 그만큼 별도의 추론 부담을 가진다.

02 / 앎의 역사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를 어떻게 연구했나

오래된 질문의 실제 문장

이 문제는 스마트폰보다 오래됐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니코마코스 윤리학』(Nicomachean Ethics; 이 글에서 대조한 영문 번역의 제목) 제7권에서 더 낫다고 판단한 것과 다르게 행동하는 문제를 다룬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사람을 단순히 이성적인 쪽과 욕망에 약한 쪽으로 나누는 결론이 아니다. 지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와 그 지식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를 구별하고, 일반적인 판단과 지금 눈앞의 대상에 대한 판단을 나눠 묻는 대목이다. 이 글은 W. D. Ross(이 글에서 사용한 영문판의 번역자)의 영문 번역을 통해 해당 논의를 읽으며, 고대의 설명을 현대 신경과학의 선행 실험으로 취급하지 않는다.[1]

‘달콤한 것은 즐겁다’와 ‘이것을 먹지 않는 편이 낫다’는 두 판단은 같은 순간에 존재할 수 있다. 하나는 맛에 관한 정보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 전체에 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모순되는 두 사실을 동시에 믿는 상황과, 서로 다른 사실의 무게가 경합하는 상황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음식을 맛있다고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건강에 관한 지식을 잃었다고 볼 수는 없다.

반면 지식을 실제로 사용한다는 말을 지나치게 강하게 정의하면 문제를 쉽게 없앨 수도 있다. 행동을 바꾸는 데 성공한 지식만 진짜 지식이라고 부르면, 알면서 행동하지 못한 경우는 정의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설명하고 나면 현실의 질문은 남는다. 왜 어떤 날에는 같은 문장이 선택에 반영되고 다른 날에는 반영되지 않는가. 그 차이를 모두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부르는 것은, 차이가 생긴 경로를 설명하는 일과 같지 않다.

그러므로 오래된 논의에서 가져올 것은 현대인의 행동에 붙일 판결문보다 구별의 방식이다. 지식이 사라졌는지, 주의를 받지 못했는지, 다른 고려에 밀렸는지, 행동 준비와 연결되지 않았는지를 따로 물을 수 있다. ‘뇌는 아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일상어도 이때 더 세밀해진다. 몸 밖에 서서 명령하는 뇌와 명령을 거부하는 몸을 상상하는 대신, 한 사람 안에서 서로 다른 정보와 과정이 어떻게 행동에 참여하는지 살피게 된다.

이제 필요한 자료도 정해진다. 의도를 더 강하게 만들었을 때 행동도 같은 정도로 달라지는가. 배고픈 상태를 바꾸면 미래의 음식 선택도 달라지는가. 이미 맛없다고 평가한 음식을 계속 얻으려는 반응은 어떤 조건에서 나타나는가. 철학적 질문은 실험 하나로 끝나지 않지만, 질문의 일부를 측정 가능한 형태로 옮길 수는 있다.

결심을 바꾸는 실험은 무엇을 바꾸었나

토머스 웹(Thomas L. Webb; 의도와 행동에 관한 메타분석의 공동 저자)과 파스칼 시런(Paschal Sheeran; 같은 메타분석의 공동 저자)의 2006년 메타분석(meta-analysis)은 의도와 행동이 함께 나타난다는 상관관계(correlation)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무작위로 나눈 집단에서 개입이 의도를 변화시킨 실험들을 모아, 뒤따르는 행동의 변화도 비교했다. 선정된 47개 실험에서 의도 변화의 표준화 효과크기(standardized effect size)는 0.66, 행동 변화는 0.36이었다. 의도를 바꾸는 일이 행동에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두 변화가 같은 크기로 나타나지도 않았다.[2]

이 숫자를 ‘마음먹은 사람의 36%만 실천한다’고 읽으면 틀린다. 효과크기는 집단 간 차이를 표준화한 값이며 실행 성공률이 아니다. 0.36을 0.66으로 나눠 의도가 행동으로 전환되는 비율을 계산할 수도 없다. 더구나 서로 다른 개입을 모았으므로, 의도만을 깨끗하게 떼어 조절한 보편적인 마음의 법칙을 얻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료가 답하는 범위는 선택된 개입과 행동에서 관찰한 변화다.[2]

그럼에도 이 대조는 처음의 장면에 유용하다. 행동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결심도 가짜였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 결심을 실행할 기회가 있었는지,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는지, 행동이 일어나는 순간에도 같은 목표가 중요했는지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원한다’는 진술과 ‘할 생각이다’라는 의도도 구별해야 한다. 날씬해지고 싶다는 소망이 오늘 저녁의 구체적인 선택을 이미 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대니얼 리드(Daniel Read; 간식 선택 실험의 공동 저자)와 바버라 판레이우언(Barbara van Leeuwen; 같은 실험의 공동 저자)의 1998년 연구는 시간과 식욕 상태를 함께 건드렸다. 참가자는 일주일 뒤 받을 간식을 미리 선택했고, 실제로 받을 때 다시 선택할 수 있었다. 현재의 배고픔은 미래를 위한 선택에도 영향을 주었다. 연구가 드러낸 것은 미래의 자기 선호를 예상하는 일에 현재의 상태가 끼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미리 정한 선택과 나중의 선택이 어긋나는 이유를 성격의 불성실함 하나로 설명할 수 없게 된다.[3]

운동 계획에도 같은 질문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쉬고 있는 일요일의 내가 정한 평일 일정과, 일을 마친 수요일의 내가 마주한 일정은 종이 위에서는 같아도 실행 조건까지 같지는 않을 수 있다. 이것은 앞의 간식 실험이 운동까지 입증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 설계에서 얻은 질문의 확장이다. 계획을 세운 시점과 행동한 시점 사이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확인해야, 정말 같은 판단에 반하는 행동이었는지 알 수 있다.

03 / 평가와 쾌감

보상이라는 이름 아래 나뉘는 과정

보상이라는 말이 설명을 대신할 때

여기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설명은 보상이다. 맛있는 음식은 보상을 주고, 합격이나 기록 경신도 보상을 준다. 그렇다면 두 행동은 결국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러나 연구에서 보상이라는 말은 단지 기분이 좋아졌다는 뜻보다 넓고, 문맥에 따라 다르게 쓰인다. 접근하게 만드는 대상, 학습을 통해 뒤의 행동을 늘리는 결과, 주관적으로 즐겁다고 평가하는 경험을 구분하지 않으면 단어 하나가 서로 다른 측정을 덮는다.[5][6]

이를테면 주문은 음식이 입에 들어오기 전에 끝난다. 결제 직후에는 맛을 경험하지 않았는데도 망설임이 줄거나 기대가 생길 수 있다. 제출 역시 합격 통지를 받기 전에 끝난다. 파일을 보냈다는 안도감과 실제 합격의 편익은 시간도 내용도 다르다. 이 예시만으로 특정 신경 경로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최종 결과만 보상으로 계산하면 행동 직후 일어나는 일들을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은 드러난다.

반대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행동이 보상적이었다고 설명하면 순환이 생긴다. 왜 했는가. 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상이 있었다는 것은 어떻게 아는가. 했기 때문이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행동과 별도로 무엇을 측정하거나 바꾸었는지 필요하다. 맛 평가를 받거나, 보상의 양을 바꾸거나, 얻을 수 있는 확률을 바꾸거나, 같은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노력을 바꾸는 식이다.

2009년 토드 헤어(Todd A. Hare; 음식 선택·뇌영상 연구의 제1저자) 등의 음식 선택 연구는 맛과 건강에 대한 평가를 따로 받은 뒤 실제 선택과 뇌영상 신호(여기서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를 비교했다. 연구의 행동 기준상 자기조절(self-regulation)에 성공한 집단에서는 복내측 전전두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 vmPFC)의 가치 관련 신호가 맛과 건강 평가 모두와 연결됐고, 다른 집단에서는 주로 맛 평가와 연결됐다. 뇌의 한쪽이 맛만 외치고 다른 쪽이 명령으로 그것을 제압한다는 장면보다, 선택 가치에 어떤 속성이 얼마나 반영되는가라는 질문을 제공한다.[4]

여기서 영상 신호는 중요한 자료지만 최종 판결은 아니다. 특정한 과제에서 분류한 집단을 영구적으로 의지가 강한 인간과 약한 인간으로 나눌 수 없으며, 함께 변한 신호만으로 어느 영역이 다른 영역에 명령했다는 인과를 완성할 수도 없다. 처음 궁금했던 것은 사람의 등급이 아니라 한 번의 선택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보상이라는 말을 더 자세히 쓰는 이유도 그 과정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4][31]

여기서 건강의 가치를 더 반영한 선택이 관찰되었다고 해서, 건강 정보를 알았던 모든 사람에게 그 정보가 같은 비중으로 쓰였다고 할 수는 없다. “아는 내용”을 고정해 두고 “선택에 반영되는 비중”을 바꾸는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반대로 먹었다는 사실만 보고 그 순간 먹는 것이 진정한 최선이었다고 정의하면, 당사자의 “그러고 싶지 않았다”는 경험을 설명 밖으로 밀어낸다. 선택을 보고 가치를 역산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선택 이전의 평가와 조건을 바꾼 뒤의 반응이 함께 필요하다.

맛있음과 손이 가는 것은 함께 움직이는가

켄트 베리지(Kent C. Berridge; 맛 반응 실험의 공동 저자), 이사벨 베니어(Isabel L. Venier; 같은 실험의 공동 저자), 테리 로빈슨(Terry E. Robinson; 같은 실험의 공동 저자)의 1989년 연구는 이 구분에 구체적인 실험을 붙인다. 연구진은 도파민(dopamine) 계통에 손상을 준 쥐에서 섭취가 심하게 줄어든 상황을 살피면서, 입에 주어진 맛에 대한 반응도 관찰했다. 먹이를 스스로 먹지 않는 현상이 곧 단맛의 긍정적인 반응까지 사라졌다는 뜻인지는 별도로 시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조건에서 맛에 대한 섭취성·혐오성 반응은 보존됐다.[30]

쥐에게 “얼마나 즐겁니”라고 물어 답을 받은 연구는 아니다. 맛에 따라 나타나는 구강·안면 반응을 지표로 삼았다. 따라서 ‘행복은 그대로인데 의지만 사라졌다’고 번역하면 원자료보다 멀리 간다. 다만 먹이를 얻고 먹는 행동의 감소와 맛 반응(taste reactivity)의 소실을 같은 현상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증거는 남는다. 무엇을 측정했는지에 따라 도파민의 역할에 붙일 설명도 달라진다.[30]

베리지와 로빈슨이 발전시킨 이론에서는 쾌감에 해당하는 좋아함(“liking”)과 유인 현저성(incentive salience)이라는 특정한 원함(“wanting”)을 구분한다. 여기서 wanting은 일상어의 모든 ‘원함’을 뜻하지 않는다. 학습된 단서가 대상을 두드러지고 끌리는 것으로 만들며 접근을 유발하는 특정한 동기 과정을 가리킨다. 중독에 관한 유인 민감화 이론(incentive-sensitization theory)은 이러한 원함이 좋아함과 나란히 커질 필요가 없다는 설명을 제시한다.[6]

이 구분을 일상의 문장에 대보면 흥미로운 빈틈이 생긴다. ‘예전만큼 맛있지는 않은데 자꾸 찾는다’는 말과 ‘정말 좋아하지만 지금은 움직이고 싶지 않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이 문장을 말한 모든 사람에게 같은 신경 변화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더구나 새로운 일을 배우려는 숙고된 희망, 가족을 돌보려는 결심, 자기 이름으로 글을 남기려는 욕구를 모두 이론의 wanting 하나로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처음의 대비에는 수정이 생겼다. 앞의 사람은 쾌락을 좇고 뒤의 사람은 쾌락을 버렸다고 단순히 나눌 수 없게 됐다. 반복하는 행동이 계속 즐거운지, 단서를 보았을 때 끌리는지, 실행한 뒤 안도하는지, 최종 결과를 여전히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각각 물어야 한다. ‘무엇인가가 움직인다’는 호기심을 과학의 언어로 옮기면, 그 무엇은 단일한 물질의 이름보다 여러 측정 사이의 관계에 가까워진다.

04 / 예측과 학습

도파민 신호에서 인생의 희망까지

볼프람 슐츠(Wolfram Schultz; 보상 신경생리·계산 이론 논문의 공동 저자), 피터 다얀(Peter Dayan; 앞서 소개한 행동 제어 모형의 공동 저자), 리드 몬터규(P. Read Montague; 같은 보상 논문의 공동 저자)의 1997년 논문은 영장류 신경생리 자료와 계산 이론을 연결해 보상 예측오차(reward prediction error, RPE)를 설명했다. 예상하지 못한 보상이 주어질 때 나타나던 짧은 도파민 신경세포 반응이 학습 뒤에는 보상을 예고하는 단서 쪽으로 옮겨갔다. 예상한 보상이 나오지 않으면 예정된 시점에 발화(신경세포의 firing)가 감소했다. 중요한 것은 보상 자체의 존재뿐 아니라 기대와 실제 결과의 차이였다.[5]

READING THE EVIDENCE보상보다 “예상과 달랐는가”를 읽는 신호
예고 없이 보상보상 도착
짧은 발화 증가
학습한 예고 → 보상예고 단서
증가 시점이 단서 쪽으로 이동
학습한 예고 → 보상 누락예정된 보상 시점
발화 감소

슐츠·다얀·몬터규(Schultz·Dayan·Montague, 1997)의 설명을 재구성한 개념도. 선의 길이·높이는 실제 시간·발화량이 아니다. 짧은 반응과 보상을 기다리는 동안의 지속 반응은 구분한다. 원자료 [5]

이 결과에서 ‘도파민은 성공할 희망을 만드는 물질’이라고 곧장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보상을 기다릴 때의 짧은 신경 반응과 사람이 오랜 시간 유지하는 희망은 같은 측정 단위가 아니다. 예측오차는 특정 학습 과정을 설명하는 데 강력하지만, 어떤 미래를 가치 있게 삼을지까지 모두 정해 주지는 않는다. 신경세포의 발화를 관찰한 실험을 인생 전체의 선택 공식으로 넓힐 때에는 그 사이의 연결을 추가로 보여야 한다.

낮은 확률도 마찬가지다. 피오릴로(Christopher D. Fiorillo; 보상 확률 실험의 제1저자) 등의 2003년 실험은 원숭이 두 마리에게 서로 다른 보상 확률을 예고하는 시각 자극을 제시했다. 보상을 기다리는 동안의 지속적인 반응은 확률이 50%인 조건에서 가장 컸다. 짧은 반응과 지속 반응을 구분해 읽어야 하며, 모든 도파민 신경세포가 동일하게 반응한 것도 아니다. 이 자료는 ‘가능성이 낮을수록 도파민이 더 나오므로 인간은 1%에 중독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7]

어쩌면 여기서 실망할 수 있다. 먹기와 도전을 묶는 한 가지 물질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실험을 자세히 볼수록 말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드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줄어든 것은 질문의 가치가 아니라 과도한 번역이다. 단서, 기대, 실제 결과가 학습에 어떻게 참여하는지 알게 되면 다음 행동을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여러 번 실패했는데도 반복하는 사람에게, 그 실패가 정말 기대한 결과와 어긋난 사건이었는지부터 물을 수 있다.

05 / 몸의 조건

식욕 호르몬과 감량 뒤의 몸

뇌가 평가하는 음식은 몸의 상태와 만난다

여기까지의 설명이 화면과 신경 신호에 머무르면 식사의 고유한 조건을 빠뜨리게 된다. 음식은 돈이나 점수와 달리 몸에 들어와 영양을 제공한다. 먹는 일을 분석하면서 허기와 포만을 부차적인 잡음으로 밀어낼 수는 없다. 그렐린(ghrelin)이나 렙틴(leptin) 같은 호르몬이 중요한 이유도 ‘의지보다 힘이 센 호르몬’이라는 결론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택을 하는 사람이 어떤 생리 상태에 놓여 있는지 묻기 위해서다.

(A. M. Wren; 그렐린 투여 실험의 제1저자) 등의 2001년 사람 대상 실험은 그렐린을 주입했을 때 식염수 조건보다 자유롭게 선택해 먹는 식사의 에너지 섭취가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호르몬에 개입한 뒤 실제 섭취를 측정했다는 점에서, 배고프다고 말한 사람의 혈중 수치가 달랐다는 관찰보다 인과를 검토하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외부에서 투여한 실험의 효과를 오늘 특정인이 주문한 이유로 바로 가져올 수는 없다. 이 사람의 호르몬을 측정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8]

파루키(I. S. Farooqi; 렙틴 보충 연구의 제1저자) 등의 2007년 연구는 아주 드문 선천성 렙틴 결핍이 있는 두 사람을 조사했다. 렙틴 보충 전후 7일 사이에 음식 섭취와 음식 사진에 대한 뇌 반응을 비교했다. 그 기간 몸무게의 변화 없이도 섭취와 평가, 선조체(striatum) 반응의 변화가 관찰됐다. 몸의 에너지 상태를 알리는 신호와 눈앞 음식의 동기적 가치가 완전히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는 근거가 된다.[9]

여기서 ‘렙틴을 주면 누구나 식욕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쓰면 대상이 바뀐다. 두 사람의 특수한 결핍 상태를 연구한 것이지, 흔한 비만 상태 전체를 대상으로 동일한 효과를 검증한 것이 아니다. 사람 두 명을 여러 차례 촬영했다고 연구 대상이 수백 명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반복 측정은 그 사람의 변화에 관한 정보를 늘리지만, 다른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범위까지 같은 비율로 늘리지는 않는다.[9]

이 자료들을 앞의 선택 연구와 함께 놓으면 몸과 뇌를 서로 반대편에 세우기 어려워진다. 몸은 아래에서 식욕만 밀어 올리고 뇌는 위에서 억제만 하는 단순한 구조로 읽히지 않는다. 생리적 신호는 어떤 음식이 눈에 띄고 얼마나 가치 있게 평가되는지와도 만난다. 따라서 ‘확실히 알면서 먹는다’는 진술을 존중하더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매번 같은 조건에서 판단한다고 가정할 이유는 없다.

체중을 줄인 뒤에도 끝나지 않은 변화

체중 감량은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체중계의 숫자가 내려갔다면 몸도 새 체중에 맞춰 모든 조절을 마쳤을까. 수미트란(Priya Sumithran; 감량 후 호르몬 추적 연구의 제1저자) 등의 2011년 연구는 과체중 또는 비만인 성인 50명을 등록해 10주간의 감량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시작 시점과 10주, 62주에 식욕 관련 호르몬과 주관적 식욕을 살폈다. 감량 후 변한 여러 지표와 허기 증가가 장기 추적 시점에도 남아 있었다.[10]

논문의 분석에는 끝까지 참여한 34명의 자료가 사용됐다. 따라서 50명이 모두 같은 경과를 보였다고 써서는 안 된다. 또한 호르몬의 변화와 허기, 체중의 경과를 함께 관찰했다는 사실만으로 각 호르몬이 재증가를 얼마나 유발했는지 분리해 입증한 것은 아니다. 특정한 단기 감량 프로그램 이후의 추적이라는 조건도 남는다. ‘살을 빼면 몸이 반드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결정론은 자료보다 강하다.[10]

그럼에도 식단을 유지하지 못한 일을 언제나 처음 결심의 부족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워진다. 감량 전과 감량 후에 같은 양을 먹겠다고 약속해도, 그 약속을 지키는 생리적 조건이 같다는 보장은 없다. 목표를 이룬 순간이 조절의 끝이라고 생각하면, 그 뒤에 계속 필요한 노력을 예상에서 지우게 된다. 이것은 특정 개인에게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결론이 아니라 성공 이후에도 달라진 조건이 남는다는 문제다.

수면을 다룬 그리어(Stephanie M. Greer; 수면 박탈·음식 평가 연구의 제1저자) 등의 2013년 연구는 또 다른 조건을 보여 준다. 수면 박탈(sleep deprivation) 뒤 음식의 매력도를 판단할 때 뇌 반응이 달라지고 고열량 음식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양상을 보고했다. 여기서 측정한 욕구 평가를 곧바로 실제 추가 섭취 열량이나 장기 체중 증가로 바꾸어 적어서는 안 된다. 보고된 결과는 잠을 잃은 상태에서의 음식 평가와 신경 반응이다.[12]

배고픈 사람, 감량을 마친 사람,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사람이 모두 동일한 이유로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똑같이 “오늘도 더 먹었다”는 기록 뒤에 서로 다른 조건이 있을 수 있다. 내일도 같은 실패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석하려면, 내일도 같은 조건이 반복되는지부터 보아야 한다. 원인을 자세히 보는 일은 잘못을 없애는 변명이 아니라 무엇이 실제로 반복되고 있는지 찾는 작업이다.

06 / 식사의 조건

같은 사람에게 다른 식사를 놓았을 때

사람 안의 조건만 볼 필요도 없다. 케빈 홀(Kevin D. Hall; 식단 교차시험의 제1저자) 등의 2019년 무작위 교차시험(randomized crossover trial)에서는 성인 20명이 입원한 상태로 초가공 식단(ultra-processed diet)과 비가공 식단(unprocessed diet)을 각각 2주씩 먹었다. 제공되는 식단은 여러 영양 조건을 맞추도록 설계됐으며, 참가자는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었다. 초가공 식단 기간에 평균 하루 에너지 섭취가 508킬로칼로리 더 많았고, 체중은 그 기간 증가하고 비가공 식단 기간에는 감소했다.[11]

READING THE EVIDENCE같은 20명, 두 식단, 서로 다른 섭취
무작위 순서 A초가공 식단 · 2주비가공 식단 · 2주
무작위 순서 B비가공 식단 · 2주초가공 식단 · 2주
초가공 − 비가공 식단의 하루 에너지 섭취+508 kcal/일평균 차이 ± 표준오차(standard error, SE): 508 ± 106 kcal/일 · p = 0.0001

홀(Hall) 등(2019)의 입원 무작위 교차시험 설계와 보고 수치. 개별 참가자의 차이나 표준편차가 아니다. 각 식단을 2주씩 제공하고 원하는 만큼 섭취하게 했다. 가공만을 다른 모든 특성과 분리한 시험은 아니다. 원자료 [11]

이 시험에서는 식사의 맛에 대한 평가 차이가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섭취량이 달랐다. 더 먹었다는 결과를 곧바로 더 맛있어서 욕망이 강해졌다는 설명으로 바꿀 수 없다는 대목이다. 또한 제공식 전체의 영양 조건을 맞추었다는 말과 먹은 양이 같다는 말은 다르다. 음료를 제외한 음식의 에너지밀도(energy density) 등의 차이도 남아 있었다. 두 식단을 비교한 결과가 가공이라는 한 요소만의 작용을 분리해 증명한 것은 아니다.[11]

그렇다고 이 제약 때문에 시험을 버릴 이유는 없다. 같은 사람이 다른 식사 환경에서 다르게 먹었다는 관찰은 사람의 고정된 의지만으로 섭취를 설명하는 관점을 흔든다. 여기서 바뀐 것은 참가자에게 들려준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먹을 수 있도록 주어진 식사였다. 무엇을 제공하고 어떻게 먹게 되는지를 포함해야 선택을 설명할 수 있다.

다만 병동에서 준비해 주는 식사와 퇴근 뒤 집에서 마련하는 식사는 또 다르다. 재료를 사는 시간, 조리 도구, 보관 공간, 버려지는 음식, 설거지까지 선택의 조건에 들어간다. 예컨대 냉장고가 있다고 해도 당장 조리할 식재료와 시간이 없으면, ‘집에서 해 먹기’는 가격만 비교한 대안과 달라진다. 이것은 해당 시험이 측정한 사회경제적 결과가 아니라, 실험 밖으로 옮길 때 확인해야 할 조건의 예다.

07 / 습관의 검증

가치를 바꾼 실험, 그리고 재현되지 않은 결과

이제 습관을 보자. 일상에서 습관은 자주 하는 일을 넓게 가리키지만, 실험에서 관심을 갖는 한 기준은 결과의 가치가 달라졌을 때 행동도 조정되는가다. 어떤 간식을 얻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면, 그 간식을 충분히 먹어 더는 반갑지 않게 만든 뒤에도 같은 반응이 이어지는지 볼 수 있다. 단순한 반복 횟수보다 결과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살피는 것이다.[13]

트리코미(Elizabeth Tricomi; 사람의 습관 학습 실험의 제1저자) 등의 2009년 연구는 사람에게 음식 보상을 얻는 반응을 훈련시킨 뒤 한 음식의 결과 가치절하(outcome devaluation)를 선택적 포만(sensory-specific satiety)으로 유도했다. 짧게 훈련한 집단은 그 음식과 연결된 반응을 줄였지만, 더 오래 훈련한 집단은 그에 비해 가치 변화에 둔감한 반응을 보였다. 음식이 실제로 주어지지 않는 소거 검사(extinction test)에서 버튼 반응을 측정했으므로, 배부른 사람이 끝없이 먹는 모습을 직접 관찰한 연구와는 다르다.[13]

이 사례만 읽으면 반복이 사람을 자동으로 습관에 묶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드비트(Sanne de Wit; 습관 유도 재현 연구의 제1저자) 등의 2018년 논문은 과도한 훈련으로 경직된 습관을 유도하려던 다섯 차례의 실패를 보고했다. 앞선 실험을 재현하려는 시도도 포함됐다. 오래 훈련하면 사람이 결과 가치에 둔감해진다는 효과가 실험실에서 일관되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는 일상의 습관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그 습관을 측정하고 만드는 절차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보여 준다.[14]

재현 논문을 방법까지 내려가 읽으면 “실패했다”는 결과도 한 덩어리가 아니다. 뉴욕대와 암스테르담대에서 시행한 두 재현 연구는 원 연구의 절차를 따르되, 반복해서 제공한 과제 지시나 포만 확인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저자들은 이런 차이가 참가자가 결과의 가치를 더 의식하게 했을 가능성도 논의했다. 어느 차이가 실패를 만들었는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원 연구의 결론을 그대로 복사할 수도, 실패 한 줄로 습관 전체를 지울 수도 없는 이유가 방법에 남아 있다.[14]

READING THE EVIDENCE습관을 시험하는 절차와 재현의 갈림길
  1. 학습특정 행동으로 특정 음식 보상을 얻도록 훈련한다.
  2. 가치 낮추기한 음식을 먹어 포만하게 한 뒤, 그 음식의 가치가 감소했는지 확인한다.
  3. 소거 검사음식을 새로 주지 않는 상태에서 배운 행동이 얼마나 남는지 측정한다.
자료관찰해석의 범위
Tricomi 등 · 2009더 오래 훈련한 집단에서 가치 감소에 둔감한 반응사람의 과훈련·습관 유도 근거
de Wit 등 · 2018다섯 실험에서 과훈련에 의한 습관 증가를 확보하지 못함일상의 습관 부정이 아니라 이 유도 절차의 불안정성

연구 절차와 결과를 대조한 설명도. 훈련량 외에 지시문·포만 확인 등의 차이도 검토해야 한다. 원자료 [13] · 원자료 [14]

(David T. Neal; 팝콘 섭취·습관 연구의 제1저자) 등의 2011년 팝콘 연구는 맥락을 더했다. 극장에서 팝콘을 먹는 습관이 강하다고 보고한 사람들의 섭취는 팝콘의 신선도와 어긋날 수 있었지만, 그런 양상은 장소와 먹는 동작의 조건에 좌우됐다. 다른 맥락이나 주로 쓰지 않는 손으로 먹는 조건에서는 단순히 과거 반응을 반복하는 양상이 달라졌다. ‘습관이 강한 사람’이라는 특성만큼 그 습관이 실행되는 상황이 중요했다.[15]

세 자료를 함께 보면 습관은 사람에게 붙이는 딱지보다 행동과 조건의 관계로 읽힌다. 매일 운동하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시작 신호와 동작이 있을 수 있고, 자주 주문하는 사람도 매번 충분히 숙고할 수 있다. 빈도만 보고 앞은 자기통제, 뒤는 자동반응이라고 정해 놓을 수 없다. 결과를 원해서 반복하는 것과 반복된 반응이 결과 변화에 둔감해진 것은 구분해야 한다.

08 / 자기통제 논쟁

의지력이라는 저장고를 시험하다

여러 조건을 다루다 보면 다시 간단한 설명이 그리워진다. 하루 동안 참느라 의지력을 다 썼으니 밤에 먹었다는 설명이다. 사람에게 피로가 있다는 사실과, 자기조절이 하나의 유한한 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뒤의 과제가 나빠진다는 특정 모형은 구별해야 한다. 전자를 경험한다고 후자의 생리적 저장고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다.

해거(Martin S. Hagger; 자아 고갈 다기관 재현 논문의 제1저자) 등의 2016년 사전등록(preregistration) 다기관 재현 연구는 23개 연구실, 2,141명의 자료에서 자아 고갈(ego depletion) 효과를 시험했다. 주요 효과크기는 0.04였고 95% 신뢰구간(confidence interval, CI)은 −0.07에서 0.15로 영을 포함했다. 선택된 절차에서 기대한 효과가 뚜렷하게 재현되지 않은 것이다. 이 결과로 인간에게 피로가 없거나 어떤 자기조절 과제도 다음 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16]

READING THE EVIDENCE자아 고갈 재현 연구: 추정치와 불확실성
자아 고갈 효과크기 d 0.04, 95% 신뢰구간 −0.07에서 0.15반응시간 변동성 결과의 전체 표본 추정치. 구간이 효과 없음인 0을 포함한다.-0.2-0.10.00.10.2d = 0.04−0.070.15표준화 효과크기 d · 선은 95% 신뢰구간

23개 연구실·2,141명. 해거(Hagger) 등(2016) Table 2의 반응시간 변동성(reaction time variability, RTV) 전체 표본 값을 직접 그렸다. 효과가 정확히 0이라는 증명이나 모든 피로의 부정이 아니다. 원자료 [16]

하지만 설명의 부담은 달라진다. ‘오늘 참을 만큼 참아서 저장된 의지가 고갈됐다’는 비유를 이미 확인된 기전처럼 제시할 수는 없다. 자기조절 실패를 설명하려면 어떤 과제를 얼마나 수행했고, 다음에 무엇을 측정했으며, 주의나 동기, 피로와 과제 해석 중 어느 설명을 구분했는지가 필요하다. 친숙한 문장이라는 이유로 검증을 마친 사실이 되지는 않는다.

이 논쟁은 글의 처음 질문에도 적용된다. 먹는 사람에게는 의지가 없고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의지가 남았다고 말하면, 행동 결과를 보고 보이지 않는 의지의 양을 배정하게 된다. 성공한 행동을 강한 의지의 증거로 삼고, 그 강한 의지로 성공을 설명하는 순환이 돌아온다. 우리는 사람을 설명하고 싶은 것이지 결과를 다른 말로 반복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09 / 노력의 측정

손가락으로 노력과 확률을 나누는 실험

마이클 트레드웨이(Michael T. Treadway; 노력 선택 과제 개발 논문의 제1저자) 등이 2009년 발표한 보상을 위한 노력 지출 과제(Effort Expenditure for Rewards Task, EEfRT)는 돈을 얻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선택하는지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참가자는 상대적으로 쉬운 버튼 누르기와 더 어려운 과제 사이에서 고르고, 보상의 크기와 지급 확률에 관한 정보를 받았다. 확률 조건은 12%, 50%, 88%로 달랐다. ‘열심히 하는 사람인가’라고 한 번 묻는 대신 보상과 노력의 조건을 나눠 행동을 관찰한 것이다.[17]

READING THE EVIDENCE실제 논문 도판: 완수와 보상은 서로 다른 화면이다
쉬운 과제검지 · 30회 / 7초지급 시 $1.00
어려운 과제반대 손 새끼손가락 · 100회 / 21초지급 시 $1.24–4.30

Treadway·Buckholtz·Schwartzman·Lambert·Zald(2009), PLOS ONE, Figure 1. CC BY. 원본 그림은 수정하지 않았고 아래 한글 조건표는 본문 Methods를 정리했다. 한 시행의 지급 확률(12·50·88%)은 두 과제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도판 B의 88%는 한 시행의 예시다. 원자료 [17]

원 도판의 E와 F를 따로 보자. 과제를 끝냈다는 신호 다음에 돈을 받았는지 알려 주는 신호가 나온다. 쉬운 과제는 주로 쓰는 검지로 7초 안에 30회, 어려운 과제는 반대 손 새끼손가락으로 21초 안에 100회 누른다. 과제를 완수해도 보상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쉬운 과제의 보상은 1달러, 어려운 과제는 1.24–4.30달러이며, 한 시행의 지급 확률은 두 선택지에 동일하게 적용됐다.[17]

이 연구는 61명의 비임상 표본에서 시행됐다. 높은 지급 확률과 큰 보상은 어려운 과제를 고르는 경향과 연결됐다. 이는 희박할수록 더 도전한다는 이야기와 다르다. 또한 이 실험은 도파민을 직접 측정하지 않았다. 손가락의 노력, 지급 확률, 보상 크기를 나눠 관찰했다는 데서 설명력이 생기며, 도파민이라는 이름은 그 관찰을 대신하지 못한다.[17]

이런 과제가 인생에서 끝까지 버틸 사람을 가려 주는 것은 아니다. 손가락으로 수행하는 짧은 과제에는 생업의 부담도, 실패 뒤의 평판도, 오랜 훈련으로 변하는 실력도 그대로 들어 있지 않다. 다만 실패 가능성을 아는 것과 노력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같지 않다는 점을 시험할 틀은 제공한다. 같은 확률이라도 보상이 달라지고, 같은 보상이라도 필요한 노력이 달라지면 비교하는 선택 자체가 달라진다.[17]

지원서를 한 번 더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작고 얻을 수 있는 편익이 크다면,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과 계속 시도한다는 행동은 모순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가능성이 꽤 높아도 그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이 생기면 중단할 이유가 있다. 이것은 단순한 분석 예시다. 실제 사람의 보상과 비용을 수치로 측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선택이 합리적인지 대신 계산한 것은 아니다.

또한 노력은 항상 같은 단위로 교환되지 않는다. 같은 한 시간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퇴근 뒤 남은 유일한 휴식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이미 확보된 연습 시간일 수 있다.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자원이 있는가에 따라 같은 확률의 의미가 달라진다. 도전의 아름다움을 말하면서 이런 차이를 지우면, 자원의 차이를 성품의 차이로 읽게 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처음의 ‘1%의 성공’이라는 표현은 숫자로 인용하지 않고 문제를 드러내는 비유로 남겨야 한다. 구체적인 성공 기준과 모집단이 없으면 확률은 계산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생각하는 가능성인지, 비슷한 사람들의 과거 비율인지, 주변의 비관적인 평가인지도 나눠야 한다. 낮다고 말하는 확률조차 서로 다른 것을 가리킬 수 있다.

10 / 지속의 보상

미래를 향한 행동에도 오늘의 보상이 있다

미래를 향한 행동에도 오늘의 보상이 있다

여기까지 읽어도 하나의 대비는 남아 있을 수 있다. 음식은 당장 맛있고 도전은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한다는 대비다. 케이틀린 울리(Kaitlin Woolley; 즉시 보상·지속 연구의 공동 저자)와 아옐릿 피시바흐(Ayelet Fishbach; 같은 연구의 공동 저자)의 2017년 연구는 이 구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새해 목표, 공부, 운동, 건강한 식사 등을 다룬 다섯 연구에서 즉각적인 보상(immediate reward)이 장기 목표의 실제 지속과 연결됐다. 연구 전체를 종합하면 지연된 보상(delayed reward)보다 즉각적인 보상이 지속을 더 강하게 예측했다.[18]

이 결과가 장기 목표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에서도 지연 보상과 지속의 관련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또한 모든 연구가 즐거움을 임의로 배정해 장기 성과의 원인을 단독으로 입증한 시험은 아니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일을 지속하는 사람은 현재의 보상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가정에는 반례가 된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활동 안에 지금 얻는 즐거움이 있을 수 있다.[18]

캐서린 밀크먼(Katherine L. Milkman; 유혹 묶기 현장시험의 제1저자) 등의 2014년 현장 무작위시험은 그 연결을 직접 구성했다. 당장 즐거운 활동을 장기 목표 행동에 결합하는 유혹 묶기(temptation bundling)를 시험했다. 흥미로운 오디오북을 헬스장에서만 들을 수 있게 한 조건 등을 비교하자 초기에는 헬스장 방문이 늘었다. 그러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며, 특히 추수감사절 이후 약해졌다. 이 연구가 측정한 것은 방문 행동이며, 이야기 듣기를 결합하면 누구나 운동을 평생 유지하거나 건강이 좋아진다는 결과는 아니다.[19]

이 두 자료를 놓으면 욕망을 버려야 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어떤 조건에서는 욕망이 운동에 붙어 지속을 돕는다. 물론 운동을 지속하는 모든 사람이 오디오북이나 당장의 즐거움 때문에 움직인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보상과 미래의 목표가 반드시 적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행동이 둘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예시에서도 마지막 출판만 결과로 셈할 필요는 없다. 어려운 문장을 이해한 순간, 흩어져 있던 자료가 연결된 순간, 오늘 한 문단을 완성했다는 사실은 최종 성공과 별도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는 해당 연구가 작가의 뇌를 조사했다는 설명이 아니라 보상을 어디에서 세고 있는지에 관한 예시다. 큰 성공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과정 내내 아무것도 얻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노력은 비용이면서 가치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노력은 보상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불하는 손해일까. 마이클 인즐리히트(Michael Inzlicht; 노력의 역설 고찰의 공동 저자), 아미타이 셴하브(Amitai Shenhav; 같은 고찰의 공동 저자), 크리스토퍼 올리볼라(Christopher Y. Olivola; 같은 고찰의 공동 저자)의 2018년 고찰은 노력의 비용과 가치를 함께 다룬다. 사람은 힘든 일을 피하기도 하지만, 노력을 들인 결과를 더 가치 있게 여기거나 노력하는 활동 자체를 택하기도 한다. 고찰은 여러 설명과 증거를 비교하며 이를 ‘노력의 역설(effort paradox)’로 정리한다.[20]

여기에는 구분할 것이 있다. 애써 만든 물건을 나중에 더 좋아하는 것과, 시작하기 전부터 힘든 도전을 가치 있게 보는 것은 시간 순서가 다르다. 노력 뒤에 좋은 결과가 자주 따라와서 노력 자체가 가치 있게 느껴지는 설명과, 이미 들인 고생을 정당화하려고 결과의 가치를 높이는 설명도 같지 않다. 고찰이 제시한 여러 가능성을 단일한 확정 기전으로 합쳐서는 안 된다.[20]

이 차이는 ‘그 고생을 왜 사서 하느냐’는 질문을 새롭게 만든다.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정상까지 운송해 주는 것이 같은 보상을 더 싸게 제공하는 것일까. 그 사람의 목적이 정상의 풍경만이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활동의 일부라면 운송은 비용만 줄인 동일 상품이 아니다. 얻으려던 것의 구성 자체를 바꾼다. 이 예시는 모든 등반의 동기를 설명하지 않지만, 관찰자가 정의한 목표와 행위자의 목표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렇다고 힘든 일을 했다는 사실이 그 일의 가치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많이 고생했어도 결과가 쓸모없을 수 있고, 힘들지 않게 얻었어도 중요한 성과일 수 있다. 노력이 가치를 느끼게 하는 심리와 실제로 무엇을 만들어 냈는지의 평가는 나눠야 한다. 이 둘을 섞으면 고생의 크기가 검증을 대신하고, 손실이 커질수록 더 그럴듯한 이유를 붙이게 된다.

음식과 연결하면 뜻밖의 질문도 생긴다. 적게 먹는 데 큰 노력을 들였다는 이유로 그 선택을 자동으로 더 건강하다고 볼 수 있을까. 몸에 필요한 양과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절제의 고통만 평가하면, 먹는 행동에는 의심을 보내면서 먹지 않는 행동에는 검증을 생략하게 된다. 도전과 절제가 좋은 방향을 가리키는 단어라는 사실만으로, 그 단어 아래의 모든 행동이 같은 편익을 갖지는 않는다.

11 / 지난 비용

이미 들인 것이 다음 시도를 붙잡을 때

노력의 가치를 이야기하다 보면 지나간 비용과 앞으로의 이유가 붙어 버릴 수 있다. 여기까지 썼는데 이제 와서 원고를 버릴 수 없다. 이렇게 오래 준비했는데 그만둘 수 없다. 처음에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지난 시간을 헛되게 만들지 않기 위해 계속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같은 반복이어도 그 반복이 향하는 대상은 달라졌다.

할 아크스(Hal R. Arkes; 매몰비용 연구의 공동 저자)와 캐서린 블루머(Catherine Blumer; 같은 연구의 공동 저자)의 1985년 연구에는 실제 극장 정기권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있다. 구매하려던 사람들에게 할인 조건을 무작위로 배정한 뒤 관람을 추적했다. 최종 분석 대상은 54명이었으며, 정상가를 낸 집단은 시즌 전반부에서 할인 집단보다 더 많은 표를 사용했다. 후반부에는 집단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미 지불한 금액이 이후의 사용과 연결된 사례다.[21]

이 오래된 실험을 정교한 대규모 확증시험처럼 포장할 필요는 없다. 논문에서 전체 분산분석(analysis of variance, ANOVA)의 유의한 항은 시기였고, 전반부 집단 비교에는 단측 검정(one-tailed test)이 사용됐다. 표본도 작다. 그 사실을 보존하면서 읽으면, 지나간 비용을 바꿔 뒤의 선택을 관찰하는 설계가 어떤 것인지 볼 수 있다. 사람에게 후회가 있음을 확인한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지출 조건과 관람 기록을 연결했다는 가치가 남는다.[21]

다만 오래 투자했다는 이유가 언제나 매몰비용(sunk cost)의 오류는 아니다. 이미 배운 기술은 앞으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확보한 자료는 다음 작업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나간 돈은 회수되지 않더라도 남은 자산과 능력은 현재의 조건이다. 그 차이를 무시하고 “과거는 잊고 그만둬라”라고 말하면 합리성을 권하면서 실제 남은 가치를 누락할 수 있다.

구별에 도움이 되는 질문은 과거의 고생을 없던 일로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 같은 기술과 자료, 남은 비용을 가진 다른 사람이 이 일을 이어받는다고 해도 다음 시도를 선택할 이유가 있는가다. 이 가상 비교는 개인의 책임과 애착을 전부 제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앞으로 얻을 것을 보고 계속하는지, 지난 선택을 틀리지 않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하는지 살펴볼 틈을 만든다.

FACTS → ARGUMENT
12 / 열정과 강박

하고 싶은 일과 그만둘 수 없는 일

하고 싶은 일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

도전은 돈이나 확률의 문제로만 남지 않는다. 오래 한 일은 자신을 설명하는 말이 된다. 운동하는 사람, 연구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 그 이름은 지속을 돕는 의미가 될 수 있지만, 어느 시점에는 그만두는 선택을 자기 존재의 부정처럼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특정인의 숨겨진 진심이 아니라, 계속하는 이유를 조사할 때 구분해야 할 가능성이다.

로베르 발레랑(Robert J. Vallerand; 열정 모형 논문의 제1저자) 등의 2003년 논문은 조화로운 열정(harmonious passion)과 강박적 열정(obsessive passion)을 구분하는 틀을 제안했다. 활동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여긴다는 공통점 안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방식과 내부의 압력에 밀려 경직되게 참여하는 방식을 구별했다. 네 연구는 그 개념과 관련된 자료를 제시했다. 다만 ‘강박적 열정’이라는 연구 개념을 그대로 정신질환 진단명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22]

이 구분을 적용하면 많은 시간을 썼다는 사실보다 조건이 바뀌었을 때의 대응이 중요해진다. 오늘 쉴 수 있는가. 방법을 바꿀 수 있는가. 다른 가치와 충돌할 때 조정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한 번 어렵다고 답했다고 문제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마감 앞에서는 유연성을 잠시 줄이는 선택이 타당할 수 있다. 지속의 강도와 지속을 조절할 수 있는 범위를 함께 보아야 한다.

처음의 제출 장면으로 돌아가면 두 문장이 갈라진다. ‘이번에도 안 될 수 있지만 그래도 하고 싶다’와 ‘이제 그만두고 싶은데, 그만둔 나를 견딜 수 없어 계속한다’다. 둘은 겉으로 같은 지원서를 한 번 더 제출할 수 있다. 제출 횟수나 최종 합격만으로 어느 과정이었는지 알 수 없다. 성공하고 나면 두 번째 과정도 훌륭한 집념으로 다시 서술될 수 있다는 점이 이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

먹는 행동에서도 단순히 맛을 좋아한다는 말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허기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잠깐의 기분 전환인지, 남기면 안 된다는 규칙인지, 원하지 않는데 반복되는 일인지 구분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그 이유를 미리 배정할 수는 없다. 동기는 관찰자가 결과를 보고 그럴듯하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와 다르다. 당사자가 경험하는 이유와 실제 조건 변화에 따른 행동을 함께 봐야 한다.

중독이라는 말을 언제까지 넓힐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해롭다고 알면서 계속하는 행동은 모두 중독인가.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물질사용장애 설명의 발행 기관)의 물질사용장애(substance use disorder) 설명은 조절의 손상(impaired control), 사회적 문제, 위험한 사용, 약리학적 특성 등 여러 영역을 다룬다. 알고도 계속한다는 모습은 관련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전체 진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이 자료는 물질사용장애에 관한 공식 설명이지 음식 주문이나 운동에 그대로 적용하는 자가진단표가 아니다.[24]

운동을 구체적으로 다룬 디트머(Nina Dittmer; 강박적 운동 정의·평가 제안의 제1저자) 등의 2018년 논문은 섭식장애(eating disorder) 맥락에서 강박적 운동의 정의와 평가를 제안했다. 엄격한 개인 규칙에 떠밀리는 반복, 두려운 결과나 불편한 감정을 막으려는 기능, 일상에 끼치는 방해 등을 살핀다. 운동량만 세지 않고 행동의 질과 기능을 함께 보는 접근이다. 제목에 적혀 있듯 정의의 제안이며 모든 운동인의 상태를 확정하는 국제 단일 기준은 아니다.[23]

여기서 앞서 그린 빛과 어둠의 대비가 다시 흔들린다. 사회적으로 권장되는 활동도 원치 않는 경직성과 손실을 가질 수 있다. 동시에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적인 식사를 병리화할 수는 없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물질의 약리 작용과 음식의 영양적 필요, 운동의 신체적 효과는 실제로 다르다. 다만 활동 이름만으로 조절 능력과 기능 손상을 판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용어를 넓게 쓰고 싶은 유혹에는 이유가 있다. ‘성공 중독’이라고 말하면 아름답게만 보던 집념의 비용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비유가 설명을 대신하면, 자발적인 몰입과 원치 않는 강박을 같은 범주에 넣고 만다. 질환으로 고통받는 경험의 구체성도 흐려진다. 무엇이 닮았는지를 밝혀야 비유가 일을 한다. 같은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은 같은 기전을 입증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자료로 할 수 있는 말은 제한적이면서도 구체적이다. 도전과 섭취 모두에서 결과 평가, 단서, 즉시 보상, 반복과 조절의 문제를 조사할 수 있다. 그러나 한쪽의 실험으로 다른 쪽의 병리를 확정할 수는 없다. 뇌영상의 비슷한 부위가 나타났다고 행동의 목적과 임상적 의미까지 같아지는 것도 아니다. 비교는 가능하되 그 비교의 단위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13 / 관찰자의 판단

성공을 알고 나서 붙이는 이름

결과를 아는 관찰자도 이 문제 밖에 있지 않다. 열 번 실패한 뒤 한 번 성공한 사람의 지난 행동은 집념으로 읽히기 쉽다. 열한 번 모두 실패한 사람의 같은 지속은 미련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결과를 알기 전에 이용할 수 있던 정보가 같았다면, 결과만으로 과거 판단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조너선 배런(Jonathan Baron; 결과 편향 실험의 공동 저자)과 존 허시(John C. Hershey; 같은 실험의 공동 저자)의 1988년 연구는 이러한 결과 편향(outcome bias)을 실험했다. 판단 당시의 확률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결과를 달리 제시하자, 참가자들의 결정 평가가 결과에 영향을 받았다. 실제 생활에서는 결과가 새로운 정보를 줄 수 있지만, 연구는 그와 구분해 결과 정보의 부적절한 영향을 살피도록 설계됐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과 당시 사고 과정이 좋았다는 평가를 나눠 볼 이유다.[27]

이것은 결과를 평가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실제 피해와 성과는 중요하다. 다만 좋은 판단을 했는데도 나쁜 결과가 생길 수 있고, 나쁜 판단에서 우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앞으로의 선택을 배우려면 결과와 그 결과를 만든 과정의 정보를 함께 보아야 한다. 최종 성공만 남겨 놓고 “그는 끝까지 했으므로 성공했다”고 말하면, 같은 정도로 지속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경우를 계산에서 빼기 쉽다.

끈기를 연구하는 개념도 그 부담을 피하지 못한다. 크레데(Marcus Credé; 그릿 메타분석의 제1저자) 등의 2017년 그릿(grit) 메타분석은 88개 독립 표본, 66,807명의 자료를 종합했다. 그릿은 성과와 관련됐지만 성실성(conscientiousness)과 매우 강하게 겹쳤고, 높은 차원의 단일 구성 개념으로서의 구조에는 문제가 제기됐다. 동시에 노력의 지속(perseverance of effort) 측면은 관심의 일관성(consistency of interests)보다 성과와 더 강하게 연결됐으며, 성실성을 통제한 뒤에도 학업 성과에 관한 추가 설명이 남았다.[25]

따라서 그릿은 성공의 비밀이라는 과장과 끈기는 아무 쓸모 없다는 반응을 모두 피해야 한다. 특정한 측정과 성과의 관련성이 확인됐다는 사실은 보존하되, 관련성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내는 교육 처방으로 바꾸지 않아야 한다. ‘더 버티게 만들면 그만큼 성공한다’는 인과는 별도로 시험해야 한다. 연구가 관심의 일관성과 노력의 지속을 나눈 것도 모든 고집을 한 덩어리로 칭찬하지 않게 한다.

14 / 실패와 수정

실패는 언제 학습이 되고 중단은 무엇을 지키나

실패가 쌓인다는 것과 정보가 쌓인다는 것

그럼 도전의 장점은 실패할 때마다 배운다는 데 있지 않을까. 먹는 반복과 달리 시도는 다음 시도를 더 좋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어떤 활동에서는 연습과 피드백이 능력을 키운다. 그러나 모든 실패가 자동으로 정보를 남긴다고 가정하면 여기서도 설명이 너무 빨리 끝난다.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과정과 방법을 바꾸는 과정은 실패 횟수만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로런 에스크라이스윙클러(Lauren Eskreis-Winkler; 실패 피드백 연구의 공동 저자)와 아옐릿 피시바흐의 2019년 논문은 다섯 연구, 총 1,674명을 통해 실패 피드백에서의 학습을 조사했다. 양자택일 문제에서는 맞았다는 말과 틀렸다는 말 모두 정답을 알려 줄 수 있었지만, 후속 검사에서 실패 피드백을 받은 쪽의 학습이 더 적었다. 타인의 실패에서는 자기 실패와 다른 양상이 나타났고, 연구진은 자기에 대한 위협과 주의 이탈을 설명으로 제시했다.[28]

이 과제가 수년간의 사업 실패나 창작 경험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실패에는 교훈이 들어 있으니 겪기만 하면 배운다는 자동적인 연결을 끊는다. 정보가 제공됐다는 사실, 그 정보에 주의를 기울였다는 사실, 다음 행동이 달라졌다는 사실은 각각 다르다. 고통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이 그 사이의 과정을 보증해 주지 않는다.

예컨대 원고가 거절됐다고 하자. 거절 메일에 구체적인 이유가 없었다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편집 방향이 맞지 않았는지, 근거가 부족했는지, 문장이 읽히지 않았는지 구분되지 않으면 다음 제출은 학습이라기보다 다시 추첨하는 시도에 가까워질 수 있다. 반대로 문제를 구별하고 원고를 바꿨다면, 겉으로는 같은 제출이어도 이전과 다른 행동이다. 이 예시는 실패가 주는 정보의 질을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

먹는 사람에게도 학습의 가능성을 지워서는 안 된다. 특정 시간과 상황에서 주문이 반복된다는 것을 기록하고 그 조건을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체중 변화만 보고 매번 자기 비난으로 끝내면 무엇이 선택을 바꾸었는지 배울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은 ‘도전은 축적, 섭취는 소모’라는 단순한 대립과 맞지 않는다. 반복의 대상보다 반복 사이에 어떤 정보가 들어오는지가 중요해진다.

중단도 같은 목표를 위한 행동일 수 있다

여기서 멈추는 사람은 어떻게 보일까. 같은 시도를 계속하는 사람만 목표가 강하다고 생각하면, 중단은 동기가 약해진 결과가 된다. 하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오늘의 운동을 쉬거나, 연구 질문을 풀기 위해 효과 없는 실험 방법을 폐기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눈앞의 행동을 멈추는 일이 더 큰 목표를 버리는 일과 같지는 않다.

브로슈(Carsten Wrosch; 목표 조정 연구의 제1저자) 등의 2003년 연구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에서 이탈하는 능력(goal disengagement)과 다른 목표에 다시 참여하는 능력(goal reengagement)을 구분해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과의 관계를 살폈다. 세 연구에서 목표 조정과 안녕감의 관련성이 보고됐다. 이는 그만두면 누구나 행복해진다는 인과 처방이 아니다. 지속만을 적응의 전부로 놓지 않고, 이탈과 재참여를 각각 측정할 수 있다는 자료다.[29]

이 구별은 목표의 높이에 따라 같은 행동이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오늘 정해 둔 거리를 뛰는 것이 목표라면 중간에 멈춤은 실패다. 오래 건강하게 달리는 것이 목표라면 통증 때문에 멈추는 결정은 그 목표와 양립할 수 있다. 특정인의 통증을 여기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어떤 목표를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를 부르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한 문장을 지키는 것, 한 원고를 끝내는 것, 정확한 글을 쓰는 것, 오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은 같은 목표가 아니다. 반증 자료를 읽고 멋진 문장을 지우는 사람은 문장에 대한 집착을 포기했지만 정확성에 대한 동기를 실행했을 수 있다. 멈춤이라는 외형만으로 동기의 부재를 읽을 수 없는 이유다.

반대로 목표를 자주 바꾼다는 사실이 언제나 유연성의 증거는 아니다. 불편한 피드백을 피하기 위해 새 계획으로 옮겨 갈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계속함과 그만둠 중 한쪽에 덕목을 독점시킬 수 없다. 무엇을 지키려고 방법을 바꾸었고, 무엇을 피하려고 바꾸지 않았는지를 봐야 한다.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은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만, 수정할 수 없는 상태는 계속하고 싶다는 상태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15 / 다시 버튼 앞

어디까지 같고, 무엇이 아직 다른가

이제 처음의 대칭을 그대로 돌려놓을 수는 없다. 희박한 성공을 예상하는 사람은 여전히 그 도전을 좋은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지금 더 먹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면서 먹는 경우에는 평가와 실행의 어긋남이 있다. 둘 다 “안 된다는 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 문장이 같은 종류의 갈등을 보고하는지는 먼저 확인해야 했다.

그 차이를 인정해도 비교할 이유는 남았다. 미래를 향한 도전에도 현재의 즐거움이 붙을 수 있었고, 식사도 몸의 상태와 제공되는 조건에 따라 달라졌다. 먹기와 성취를 욕망과 의지의 반대편에 고정하는 설명은 이 자료들을 충분히 담지 못한다. 공통된 평가·학습 과정을 조사할 근거는 있다. 그러나 공통 과정이 일부 있다는 사실과 두 행동의 전체 기전이 같다는 주장은 다른 크기의 주장이다.

READING THE EVIDENCE자료가 바꾼 판단, 아직 남은 연결
처음의 설명자료를 거친 판단남아 있는 질문
먹기는 현재, 도전은 미래장기 활동에도 즉시 보상이 참여할 수 있다.무엇이 실제 지속을 매개했는가
많이 반복하면 같은 습관결과 가치와 맥락에 대한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같은 조건 변화에 두 행동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계속한다면 같은 중독몰입·중단 의도·조절 손상을 구분한다.원치 않는 지속과 기능 손상이 있는가
둘 다 도파민이므로 같다일부 과정의 공통성은 전체 기전의 동일성이 아니다.서로 다른 설명을 가르는 직접 비교 자료가 있는가

이 글의 논증 정리. 새로운 실험의 결과표가 아니다. 즉시 보상 [18–19], 습관 [13–15], 강박·중독 [22–24], 신경 추론 [31]을 각각 다른 층위에서 연결했다.

특히 “그럼 둘 다 결국 자기에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한 것 아닌가”라는 반론은 끝까지 남는다. 어떤 선택이든 사후에 충분한 가치를 배정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방식으로는 후회하는 사람의 말도, 가치가 달라졌는데 반응이 남는 실험도 새롭게 설명하지 못한다. 가치와 행동의 관계를 시험하려면 가치의 측정이 행동의 단순한 다른 이름이 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이 글에서 보상이라는 단어를 바로 답으로 삼지 않은 이유다.

반대쪽의 “그렇다면 도전은 중독이다”도 성립하지 않는다. 긴 시간, 큰 노력, 반복되는 실패는 중단 의도의 좌절과 기능 손상에 관한 정보를 대신하지 못한다. 원치 않는 지속이 있는지는 별도의 질문이다. 그 질문은 도전을 깎아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몰입과 괴로운 반복을 서로의 이름으로 지워 버리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

판단을 바꿀 자료의 모습은 이제 더 구체적이다. 같은 사람에게서 행동 직전의 전망과 중단 판단을 따로 받고, 단서·노력·보상까지의 시간을 바꾸며, 결과의 가치가 바뀌었는지도 독립적으로 확인한다. 두 행동에서 무엇이 함께 변하고 무엇이 따로 변하는지 보아야 한다. 다만 식사와 도전의 비용·시간·숙련을 완전히 같게 맞추기 어렵다는 문제도 그 설계 안에 남는다. 다음 연구가 채워야 할 빈칸을 기전의 이름으로 가려서는 안 된다.

결제와 제출은 여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그런데 그 손을 빛과 어둠으로 나누던 우리의 판단도 처음만큼 단단하지 않다. 한 사람에게는 먹는 일이 그날의 유일한 편의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계속하는 일이 더는 원하지 않는 자신을 지키는 의무일 수 있다. 어느 경우인지는 장면 하나로 알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더 아름다운 이름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원했고 어떤 조건에서 방향을 바꿀 수 있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관찰이다.

손가락은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동기가 있었다는 단서일 수 있지만, 우리가 그 동기를 이미 이해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자료와 검토 범위

이 글은 철학 원전의 번역, 선택한 사람·동물 실험, 계산모형, 고찰·메타분석과 임상 설명을 대조한 서술형 고찰이다. 전수검색을 수행한 체계적 문헌고찰이나 새로운 실험 보고가 아니다. 자료 확인일은 2026년 9월 14일이다.

핵심 실험은 방법·결과·후속 반론을 대조했다. 초록까지만 확인한 보조 자료는 각 출처에 범위를 적었다. 원시 데이터 재분석과 독립 전문가 심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도입 장면은 질문을 위한 예시이고, 두 행동을 연결하는 비교와 도식은 저자의 분석이다.

EEfRT 도판은 Treadway 등(2009)의 Figure 1을 재사용했다. 나머지 설명도는 출처에 근거해 직접 구성했으며, 실측 그래프와 개념도를 캡션에서 구분했다. 도표의 수치·단위·오차 표현은 각각 표시한 연구에 한한다.

출처와 자료

  1. Nicomachean Ethics, Book VII, 2–3. 철학 원전 번역. 제7권 2–3절 영문 번역 대조. 그리스어 원전 교감 아님. 지식의 보유·사용 구별. 현대 실험 증거와 구분
  2. Does changing behavioral intentions engender behavior change? A meta-analysis of the experimental evidence. 실험연구 메타분석. 원 논문 초록. 47개 실험 비교; 의도 d=0.66, 행동 d=0.36. 성공률이나 전환율 아님
  3. Predicting Hunger: The Effects of Appetite and Delay on Choice. 사람 선택 실험. 원 논문 초록. 현재 식욕 상태와 일주일 뒤 간식 선택. 영구적 성격 판단 금지
  4. Self-Control in Decision-Making Involves Modulation of the vmPFC Valuation System. 사람 행동·fMRI 연구. 본문 과제·결과·논의 발췌 대조. 맛·건강 평가와 선택, 가치 신호. 영상의 인과 단정 금지
  5. A Neural Substrate of Prediction and Reward. 생리 연구와 계산 이론의 종합. 본문 보상 정의·신경반응·Figure 1·모형 부분 대조. 예측오차. 단일 신규 임상시험으로 부르지 않음
  6. Liking, wanting, and the incentive-sensitization theory of addiction. 이론 제안자의 고찰. 초록·이론 도입·기초 실험 해석 발췌 대조. wanting과 liking 구분; 모든 욕구나 성취를 중독으로 확대하지 않음
  7. Discrete Coding of Reward Probability and Uncertainty by Dopamine Neurons. 원숭이 신경생리 실험. 본문 확률 조건·지속 반응·Figure 3 대조. 원숭이 2마리; 50%에서 큰 지속 반응. 낮을수록 강하다는 주장 배제
  8. Ghrelin enhances appetite and increases food intake in humans. 사람 호르몬 투여 실험. 검색에 노출된 원 논문 초록 발췌. 직접 열기는 실패. 그렐린 대 식염수 주입, 섭취 증가. 자연 상태의 개인 호르몬을 역추정하지 않음
  9. Leptin Regulates Striatal Regions and Human Eating Behavior. 선천성 렙틴 결핍 환자 중재·영상 연구. 공개 본문 대조; 보충자료 미검토. 환자 2명, 7일 보충. 일반 비만에 그대로 확대하지 않음
  10. Long-Term Persistence of Hormonal Adaptations to Weight Loss. 체중 감량 전후 추적 연구. 논문 PDF 초록·62주 결과·Table 1 대조. 등록 50명, 완료 34명; 10주 프로그램, 시작으로부터 62주 추적. 인과적 매개 입증 아님
  11. Ultra-Processed Diets Cause Excess Calorie Intake and Weight Gain: An Inpatient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Ad Libitum Food Intake. 입원 무작위 교차시험. 원 논문 초록 및 검색에 노출된 본문 Food Intake·Figure 2·에너지밀도 논의 대조. 20명, 각2주, 508±106 kcal/일; 제공식과 실제 섭취 구분. 가공 단독 기전 입증 아님
  12. The impact of sleep deprivation on food desire in the human brain. 사람 수면 박탈·영상 실험. 출판사 초록·그림 설명. 본문 구독 제한. 음식 욕구 평가와 영상 반응. 실제 섭취량·장기 체중 자료로 바꾸지 않음
  13. A specific role for posterior dorsolateral striatum in human habit learning. 사람 학습·결과 가치절하·영상 실험. 방법, 가치절하 및 소거 결과, 논의 발췌 대조. 1일 대3일 훈련; 포만 후 버튼 반응. 일상 습관 생성 기간 아님
  14. Shifting the Balance Between Goals and Habits: Five Failures in Experimental Habit Induction. 사람 실험·재현 연구. 원문 Experiment 3A/3B 방법·결과 및 지시문 차이에 관한 Discussion 재대조. 과훈련으로 경직된 습관을 만들려던 다섯 실패. 습관 부재의 증명 아님
  15. The Pull of the Past: When Do Habits Persist Despite Conflict With Motives?. 사람 맥락·섭취 실험. 출판사 초록과 저자기관 PDF 검색 발췌. 극장·신선도·주로 쓰는 손. 습관 강도는 자기보고 관련 변수
  16. A Multilab Preregistered Replication of the Ego-Depletion Effect. 사전등록 다기관 재현 연구. 초록·결과·Table 2 대조. 23기관,2141명; d=.04,95% CI[-.07,.15]. 모든 피로 효과 부정 아님
  17. Worth the ‘EEfRT’? The Effort Expenditure for Rewards Task as an Objective Measure of Motivation and Anhedonia. 사람 노력 선택 과제 개발. 원문 Methods·Figure 1·Results·Limitations 대조; Figure 1 재사용(CC BY). 쉬운·어려운 과제 선택,보상량·확률 분리. 개인 성취 잠재력 검사 아님
  18. Immediate Rewards Predict Adherence to Long-Term Goals. 사람 목표 지속 연구 5개. 초록·General Discussion 및 연구별 요약 대조. 즉시 보상과 지속 관련; 지연 보상이 무의미하다는 결론 배제
  19. Holding the Hunger Games Hostage at the Gym: An Evaluation of Temptation Bundling. 현장 무작위시험. 공개 초록·Research Overview·방법 발췌 대조. 오디오북과 헬스장 방문. 초기 효과가 시간 따라 약화; 건강 개선 직접 측정 아님
  20. The Effort Paradox: Effort Is Both Costly and Valued. 이론·문헌 고찰. 저자 공개 PDF 도입 및 원문 검색 발췌. 노력의 비용과 가치. 고통이 크면 반드시 가치 상승한다는 규칙 아님
  21. The psychology of sunk cost. 선택 실험·현장 연구. 극장권 실험 방법·결과·논의 대조. 할인 무작위,최종54명; 전반기 차이,후반기 차이 미확인; 전체분산분석·단측검정 제약
  22. Les Passions de l’Âme: On Obsessive and Harmonious Passion. 이론 제안·척도와 관련성 연구. 초록·개념 정의 대조. 조화로운 열정·강박적 열정. 의료 진단 기준 아님
  23. Compulsive exercise in eating disorders: proposal for a definition and a clinical assessment. 섭식장애 임상 정의·평가 제안. 정의·핵심 기준·Table 1 발췌 대조. 경직성·고통 회피·기능 방해. 모든 운동인의 확정 진단표 아님
  24. What Is a Substance Use Disorder?. 학회 공식 설명. 공식 페이지 증상 영역 발췌. 조절 손상·문제에도 지속. 섭취/운동에 물질 진단 그대로 이식하지 않음
  25. Much ado about grit: A meta-analytic synthesis of the grit literature. 메타분석. 원 논문 초록 전체. 88표본,66807명; 성실성과 중첩 및 노력지속 측면의 관련성 모두 보존
  26. Decisions From Experience and the Effect of Rare Events in Risky Choice. 사람 위험 선택 실험. 초록·표집 및 최근 경험 설명 대조. 기술과 경험 차이. 희귀 사건 일반법칙이나 1% 사망률 아님
  27. Outcome Bias in Decision Evaluation. 사람 판단 실험. 초록·설계 논리·논의 발췌 대조. 확률 정보를 고정해도 결과가 판단 평가에 영향. 실제 결과의 중요성 부정 아님
  28. Not Learning From Failure—the Greatest Failure of All. 사람 피드백 실험 5개. 원 논문 초록 전체. 총1674명,양자택일 피드백. 평생 실패의 학습효과로 일반화하지 않음
  29. Adaptive Self-Regulation of Unattainable Goals: Goal Disengagement, Goal Reengagement, and Subjective Well-Being. 목표 조정·안녕감 관련성 연구. 초록·개념 도입 대조. 포기와 재참여를 구분. 그만두기 처방이나 인과 보장 아님
  30. Taste Reactivity Analysis of 6-Hydroxydopamine-Induced Aphagia: Implications for Arousal and Anhedonia Hypotheses of Dopamine Function. 쥐 신경손상·맛 반응 실험. 초록·맛 반응 결과·논의 발췌 대조. 섭취 저하와 보존된 맛 반응. 쥐의 주관적 즐거움을 직접 보고받은 것 아님
  31. Can cognitive processes be inferred from neuroimaging data?. 영상추론 방법론. 초록·역추론·선택성 논의 발췌 대조. 동일 영역 활성만으로 동일 심리·중독 판정 불가
  32. Self-Control as Value-Based Choice. 가치 기반 선택 이론. 저자 공개 PDF의 모형·계산·논의 및 Figure 1–2 대조. 자기통제를 가치 통합으로 설명하는 이론. 모든 선택에서 확정된 단일 기전이 아님
  33. Uncertainty-based competition between prefrontal and dorsolateral striatal systems for behavioral control. 계산모형·기존 동물실험 종합. 공개 PDF 도입·결과 재평가·모형 및 Figure 1 대조. 결과를 검색하는 방식과 저장된 가치의 차이. 사람의 섭취와 성취 직접 비교 실험이 아님
전체 서지정보 33건
  1. Aristotle. 고대 저작 / W. D. Ross 영문 번역. Nicomachean Ethics, Book VII,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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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Read D, van Leeuwen B. 1998. Predicting Hunger: The Effects of Appetite and Delay on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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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Tricomi E, Balleine BW, O'Doherty JP. 2009. A specific role for posterior dorsolateral striatum in human habit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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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Hagger MS et al. 2016. A Multilab Preregistered Replication of the Ego-Depletion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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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의 두 장면을 위해 제작한 AI 생성 삽화. 실제 인물·앱·실험 결과를 묘사한 자료가 아니다.

문헌 검토일 2026.09.14 · 이 글은 의학 학습을 위한 문헌 정리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 선택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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