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은 질문보다 먼저 0.0005%를 내놓았다
필자가 검색창에 적은 말은 단순했다. 전신마취 못 깨어날 확률. 문장을 다 쓰기도 전에 자동완성이 같은 질문을 내밀었다. 검색 결과의 AI 개요는 더 빨랐다. “건강한 사람 기준 100만 명당 5명, 약 0.0005%.”
수술을 앞둔 사람이 원하는 답의 모양이었다. 백만 명 가운데 다섯 명. 위험은 아주 작고 숫자는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단정했다. 필자는 안심하기 전에 이상한 데서 멈췄다. 여기서 말하는 ‘못 깨어남’은 마취가 늦게 풀린다는 뜻일까, 의식을 영영 회복하지 못한다는 뜻일까, 수술 뒤 사망했다는 뜻일까. ‘건강한 사람’은 어떤 검사와 기준으로 묶은 사람들일까.
검색 결과를 거슬러 올라가자 2013년 한국일보 기사 하나가 나왔다. 제목부터 필자의 검색어와 거의 같았다. 기사에는 “최근 미국의 한 연구”에서 일반적인 환자가 마취 후 깨어나지 못할 확률을 100만 명 중 5명으로 계산했다고 적혀 있었다.[1] 연구 제목도, 저자도, 학술지도, 조사 연도도 없었다. 숫자는 열세 해를 살아남았고 출처는 여섯 글자에서 끊겼다.
필자는 이때부터 사망률을 찾는 대신 다섯 명의 족보를 찾기 시작했다. 정확한 숫자라면 분자 다섯 명보다 먼저 분모 100만 명의 얼굴이 있어야 했다.
노란 표에서 5.6을 찾았다
2011년 영국왕립마취과학회와 영국 곤란기도학회가 낸 NAP4 보고서를 펼쳤다. 영국 전역에서 1년 동안 시행한 전신마취 2,872,600건을 분모로 놓고 중대한 기도 합병증을 모은 국가 감사였다.[2]
보고서 33쪽의 노란 표에 필자가 찾던 숫자와 거의 같은 값이 있었다. 사망 16건. 2,872,600건으로 나누면 전신마취 100만 건당 5.6명. 95% 신뢰구간은 2.8명에서 8.3명이었다.
| 결과 | 사건 수 | 전신마취 건수 | 100만 건당 점추정치 |
|---|---|---|---|
| 중대한 기도 합병증 | 133 | 2,872,600 | 46.3 |
| 사망 | 16 | 2,872,600 | 5.6 |
| 사망 또는 뇌손상 | 19 | 2,872,600 | 6.6 |
숫자만 보면 2013년 기사에 붙은 다섯 명과 놀랍도록 가깝다. 보고서의 국가는 영국이었다. 연구가 센 사건은 기도 확보와 환기, 흡인 같은 중대한 기도 합병증으로 생긴 사망에 한정됐다. 신고 누락 때문에 실제 발생률이 더 높을 가능성도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
이 표가 한국 기사의 원출처였다고 연결할 서지는 찾지 못했다. 필자가 확인한 것은 숫자가 이동하면서 잃어버리기 쉬운 말들이었다. 영국에서, 1년 동안, 보고된, 중대한 기도 합병증 사망. 그 말을 떼어내면 5.6은 금세 “전신마취에서 못 깨어날 확률”이 된다.
필자가 한 문장에 네 사건을 겹쳐 놓고 있었다
원출처를 찾는 일은 잠시 멈췄다. 검색어 자체를 다시 읽어야 했다. 필자가 쓴 ‘못 깨어난다’에는 적어도 네 가지 사건이 들어 있었다.
| 사건 | 자료가 세는 것 | 5명과의 관계 |
|---|---|---|
| 마취 회복 지연 | 마취 종료 뒤 기대한 때에 의식과 반응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 | 보편 발생률 5명으로 계산한 자료가 아님 |
| 기도 합병증 사망 | 기도 확보·환기·흡인과 관련된 사망 | NAP4의 5.6명이 센 사건 |
| 마취 관련 사망 | 마취가 전적·부분 원인이거나 사망진단서에 관련 코드가 있는 사망 | 연구마다 원인 판정이 다름 |
| 수술 전후 사망 | 수술과 마취 주변 시기에 발생한 모든 원인의 사망 | 환자 질환과 수술 원인이 함께 들어옴 |
마취 회복 지연(delayed emergence) 문헌은 잔류 마취제나 진통제를 흔한 설명으로 두고 대사 이상과 드문 신경학적 원인까지 감별한다. 2015년 고찰은 임상연구 자료가 적고 출판물 대부분이 증례보고라고 적었다.[3] 이 고찰에는 회복이 늦은 환자를 100만 명당 5명으로 정리한 발생률이 없다.
그제야 처음 질문의 문법이 보였다. 환자는 하나의 두려움을 말했고, 통계는 서로 다른 시점과 원인을 기록했다. ‘못 깨어남’이라는 환자의 말은 진짜였다. 그 말에 붙은 0.0005%가 어느 사건의 숫자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00만 건으로 환산하자 숫자들이 비슷해졌다
1999년 프랑스 전국 조사에서는 마취가 전적으로 관련된 사망이 10만 건당 0.69명, 100만 건당 6.9명이었다.[4] 마취가 전적 또는 부분적으로 관련됐다고 범위를 넓히자 100만 건당 47명이 됐다. 같은 조사 안에서도 원인을 어디까지 마취의 몫으로 판정하느냐에 따라 숫자가 일곱 배 가까이 벌어졌다.
미국 연구는 다른 장부를 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사망진단서에서 마취·마취제 관련 ICD-10 코드를 찾았다. 2,211건 가운데 마취 합병증이 기저사인인 경우는 241건이었다. 연구진이 병원 수술 퇴원을 분모로 계산한 마취 관련 사망은 100만 건당 8.2명이었다.[5] 이 분모는 전신마취 횟수가 아니며 외래수술을 충분히 담지 못할 수 있다.
국내 한 상급종합병원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마취 서비스 199,764건과 시술·수술 뒤 48시간 안의 사망을 검토했다. 사망 86건 가운데 마취 관련으로 분류된 사례는 2건이었다.[6] 100만 건당으로 환산하면 10명이다.
| 자료 | 분모 | 분자 | 100만 단위 점추정치 |
|---|---|---|---|
| 영국 NAP4 | 전신마취 | 기도 합병증 사망 | 5.6명 |
| 프랑스 1999 | 추정 마취 건수 | 마취 전적 관련 사망 | 6.9명 |
| 미국 1999~2005 | 병원 수술 퇴원 | 마취 관련 코드 사망 | 8.2명 |
| 한국 단일기관 | 마취 서비스 | 48시간 내 마취 관련 사망 | 10명 |
5.6, 6.9, 8.2, 10. 같은 줄에 놓으면 하나의 사망률이 여러 나라에서 반복된 것처럼 보인다. 각 숫자를 만든 동사는 달랐다. 영국은 기도 사건을 보고받았고, 프랑스는 사망진단서를 골라 동료검토로 인과를 판정했으며, 미국은 사망진단서 코드를 검색했다. 한국의 한 병원은 48시간 안의 사망을 원인별로 다시 분류했다.
두 건을 백만으로 늘리면 열 명이 된다
필자는 국내 자료의 ‘100만 건당 10명’에서 다시 멈췄다. 실제로 관찰한 마취 관련 사망은 두 명이었다. 199,764건에서 생긴 두 사건을 백만 건 규모로 늘여 쓴 점추정치가 열 명이다.
논문이 보고한 95% 신뢰구간은 1만 건당 0.0명에서 0.4명이었다. 같은 단위로 옮기면 100만 건당 0명에서 40명이다. 점추정치 10만 떼어내면 국내 위험이 영국보다 거의 두 배라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실제 표본은 그런 비교를 견딜 만큼 사건이 많지 않았다.
희귀한 사건은 백만이라는 큰 분모를 만나면 안정돼 보인다. 분자가 두 건이면 다음 한 건이 들어오는 순간 값이 크게 움직인다. 필자가 처음 본 0.0005%도 소수점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정밀해졌다고 볼 근거는 없었다.
현재의 환자 안내문은 다시 10명을 적는다
영국왕립마취과학회가 2024년 개정한 환자 안내문은 10만 명 가운데 수술 합병증으로 14명, 수술 중 또는 직후 심정지로 1명, 마취로 1명이 사망한다고 설명한다.[8] 마취 사망을 100만 명 단위로 바꾸면 다시 10명이다.
이 안내문이 연결한 NAP7은 영국의 연간 마취 271만 건에서 수술 전후 심정지 881건을 검토했다.[7] 유의한 동반질환이 없는 ASA 1~2 환자에서는 심정지가 약 8,000건당 1건, 사망은 10만 건당 1명 미만이었다.
여기에도 두 숫자가 나란히 있다. 마취로 인한 사망 10만 명당 1명과 저위험군의 수술 전후 사망 10만 건당 1명 미만. 앞의 값은 원인을 마취에 귀속한 설명값이고, 뒤의 값은 저위험군에서 수술 전후에 발생한 사망이다. 크기는 비슷하고 계산식은 다르다.
NAP7 전체 심정지 사례에서 환자 요인이 원인으로 판정된 비율은 82%, 마취는 40%, 수술은 35%였다. 한 사건에 원인이 여러 개 겹칠 수 있어서 합계는 100%가 되지 않는다. 수술방에서 일어난 사망을 환자, 수술, 마취 가운데 하나의 칸에만 넣는 순간 실제 사건의 구조가 사라진다.
‘건강한 사람’이라는 네 글자는 분모가 될 수 없다
검색 결과의 문장은 ‘건강한 사람 기준’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 네 글자에 가장 안심했다. 자료를 읽을수록 그 표현이 가장 모호해졌다.
프랑스 조사에서는 ASA 신체상태와 나이가 올라갈수록 사망률이 증가했다. NAP7에서도 고령, 쇠약, 높은 ASA 등급, 응급·긴급수술, 수술의 복잡성과 시간이 심정지와 함께 움직였다. 같은 사람이 작은 예정수술을 받을 때와 대량출혈을 막는 응급수술을 받을 때의 위험은 하나의 ‘건강한 사람 확률’로 묶이지 않는다.
마취 전 평가표가 과거 마취 경험, 복용약, 심장과 폐의 상태, 수술의 종류와 긴급도를 묻는 이유가 이 대목에 있었다. 백만 명을 한 줄에 세우기 전에 각 사람의 위험을 바꾸는 조건을 먼저 읽는 절차였다. 필자가 찾던 개인의 확률은 검색 결과의 단일 숫자보다 그 평가 과정에 가까웠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전신마취에서 못 깨어날 확률은 정말 100만 명당 5명인가?
‘못 깨어남’이 마취 회복 지연을 뜻한다면 5명을 적용할 자료가 없다. 마취가 원인이 된 사망을 뜻할 때는 100만 건당 수 명에서 10명 안팎의 점추정치가 실제 대규모 자료에 존재한다. 그중 5.6명은 영국 NAP4가 확인한 중대한 기도 합병증 사망이었다.
그러므로 100만 명당 5명은 완전히 꾸며낸 숫자라고 지울 수도, 모든 전신마취 환자에게 적용되는 정확한 확률이라고 남길 수도 없었다. 필자는 숫자 옆에 괄호를 달았다. 어느 나라와 시기인지, 사람인지 마취 건수인지, 회복 지연인지 사망인지, 마취가 전적인 원인인지 일부 원인인지.
처음 검색창에서 본 숫자는 5였다. 원문에서 필자가 끝내 확인한 것은 영국의 노란 표 한 칸이었다. 사망 16건, 전신마취 2,872,600건, 100만 건당 5.6명. 그 표 어디에도 “건강한 사람 다섯 명이 전신마취에서 못 깨어났다”는 문장은 없었다.
자료와 검토 범위
이 글은 2026년 9월 24일 Google·Naver 자동완성과 현재 검색 결과에서 출발해, 숫자의 한국어 유통 경로와 영국 국가 감사, 프랑스 전국 조사, 미국 사망진단서 연구, 국내 단일기관 자료를 따라간 서술형 고찰이다. 체계적 문헌검색이나 새로운 통계 재분석은 수행하지 않았다.
2013년 한국일보 기사는 100만 명당 5명이라는 숫자의 유통 경로로만 사용했다. 기사가 언급한 미국 연구의 서지정보는 확인하지 못했다. NAP4의 5.6명은 수치가 가깝지만 국가와 결과변수가 다르므로 기사의 원출처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100만 단위 환산은 숫자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사용했다. 분모, 관찰기간, 원인 판정, 환자 구성이 다른 연구를 합친 통합 사망률은 계산하지 않았다. Google AI 개요의 문구는 조회일의 검색 관찰로 기록했다. 검색량 자료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출처와 자료
- 2013년 국내 기사에 남은 100만 명 중 5명. 2차 자료. 숫자의 유통 경로만 확인했으며 기사에 연구 제목·저자·학술지가 없다.
- NAP4 전체 보고서의 기도 합병증 사망 표. 국가 감사. 전신마취 2,872,600건에서 보고된 기도 합병증 사망 16건과 신고 누락 가능성을 함께 읽었다.
- 마취 회복 지연의 원인과 근거 공백 고찰. 고찰. 잔류 약물과 드문 원인을 정리했으며 보편 발생률은 계산하지 않았다.
- 1999년 프랑스 전국 마취 관련 사망 조사. 사망진단서 선별·설문·동료검토 연구. 전적 관련 6.9명과 전적·부분 관련 47명을 구분했다.
- 미국 사망진단서의 마취 관련 코드 연구. 전국 사망진단서 연구. 병원 수술 퇴원 100만 건당 8.2명이며 분모에 전신마취 횟수를 사용하지 않았다.
- 국내 상급종합병원 마취 199,764건 연구. 단일기관 후향 연구. 48시간 내 사망 86건 중 마취 관련 사망 2건과 신뢰구간을 확인했다.
- NAP7 수술 전후 심정지 국가 감사. 영국 마취 271만 건과 심정지 881건. 저위험군 심정지·사망과 원인 중첩을 확인했다.
- 2024년 마취 사망 위험 환자 안내문. 공식 환자 안내. 수술 합병증, 심정지, 마취로 인한 사망을 10만 명 단위로 나누어 설명한다.
전체 서지정보 8건
- 임소형. 2013. 마취서 못 깨어날까 걱정? 교통사고 확률보다 엄청 낮아요! 한국일보.
- Cook TM, Woodall N, Frerk C, eds. 2011. Major Complications of Airway Management in the United Kingdom: Report and Findings of NAP4. Royal College of Anaesthetists and Difficult Airway Society.
- Tzabazis A et al. 2015. Delayed emergence after anesthesia. Journal of Clinical Anesthesia 27(4):353-360.
- Lienhart A et al. 2006. Survey of anesthesia-related mortality in France. Anesthesiology 105(6):1087-1097.
- Li G et al. 2009. Epidemiology of anesthesia-related mortality in the United States, 1999-2005. Anesthesiology 110(4):759-765.
- Choi JW et al. 2018. Comparison of Safety Profiles between Non-operating Room Anesthesia and Operating Room Anesthesia: a Study of 199,764 Cases at a Korean Tertiary Hospital.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33(28):e183.
- Royal College of Anaesthetists. 2023. At the Heart of the Matter: NAP7 report on perioperative cardiac arrest.
- Royal College of Anaesthetists. 2024. Risks and side effects - death and serious harm. Sixth edition.
NAP4의 전신마취 건수와 중대한 기도 합병증 관련 사망 건수를 바탕으로 삥이학개론이 구성한 편집 도판. 왼쪽의 5명은 검색 결과에서 추적을 시작한 문구이며 확인된 보편 확률을 뜻하지 않는다.
문헌 검토일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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